1학년을 3시에 ?
저출산 대책 국가 콘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돌봄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하교시각을 3시까지 늦추는 대책을 추진한다.
저출산위는 오는 28일 국회에서 개최할 ‘초등교육 변화 필요성과 쟁점’ 포럼에 앞서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같은 내용의 ‘더 놀이학교’(가칭) 구상을 밝혔다.
더 놀이학교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학습 시간은 현재대로 유지하되, 휴식과 놀이 시간을 늘려 고학년과 함께 3시쯤 하교하게 하는 학교를 뜻한다. 현재 초등학교 1~2학년생은 오후 1시, 3~4학년생은 오후 2시쯤 하교한다. 더 놀이학교가 실현되면 저학년생들의 하교 시각은 1~2시간 늦춰지게 되며 이 시간에는 학교 재량으로 놀이와 각종 활동, 상담과 보충지도 등이 이뤄지게 된다. 이창준 저출산위 기획조정관은 “대대적 학교시설 개선, 학급당 학생수 감축, 운영 프로그램 개발 등의 충분한 사전준비를 거친 후,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24년에 더 놀이학교를 전국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서울 노원구의 월계종합사회복지관에 있는 ‘독서돌봄 마을학교’에서 학생들이 독서프로그램 지도를 받는 모습 | 노원구 제공
저출산위가 더 놀이학교를 구상한 배경에는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며 발생한 아이들의 ‘돌봄공백’ 문제가 있다. 과거에는 맞벌이 가정이 많지 않아 일찍 돌아온 아이들을 돌보는데 큰 무리가 없었지만, 맞벌이가 늘어나며 어린 초등학생들이 홀로 방치되거나 사교육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저출산위는 “(더 놀이학교는)교육적 성과를 높이고 아이들의 돌봄공백 문제를 해결하며, 사교육을 구조적으로 축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강원도 일부 초등학교는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3시에 하교시키고 있으며, 외국의 경우 선진국은 산업화 과정에서, 동남아 국가들은 국가경쟁력을 위해 ‘오후 3시 하교’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포럼에 발표자로 나서는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는 이날 공개한 발표문에서 “초등학교가 교육과 돌봄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것은 현대사회의 큰 흐름”이라며 “세계적으로도 초등학교 모든 학년이 오후 3시 이후에 동시 하교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또다른 발표자인 홍소영 서울 고덕초 교사는 하교시간 연장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교사는 “저학년생의 하교시간을 연장하려면 충분한 연구와 학생·학부모의 의견 수렴이 이뤄져야 하고, 안전한 학교환경을 먼저 조성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돌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일찍 퇴근하여 자녀와 정서적 교감을 갖는 시간을 늘리는 사회적 제도를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저출산위는 29일 포럼을 시작으로 더 놀이학교에 대한 여론을 수렴할 예정이다. 그 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에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