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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생이 만든 ‘왕따’ 영화 ‘궁극의 카메라폰’ 중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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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를 시켜놓고도 반성하는
기미가 없어요. 가해 학생은 학교를 다니고 피해 학생이 전학을 가는 상황입니다.”
중학교 교사인 ㅂ씨는 최근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같은 반 친구를 때린 한 학생을 상담하다 무력감을 느꼈다. 가해 학생은 지난해에도 다른 친구를 심하게 때려 보호관찰 처분까지 받았다고 한다. “제 앞에서는 잘못했다고 해놓고는, 곧바로 친구들하고 몰려 다니면서 웃고 그러더라고요. 가해 학생이나 학부모는 심각성을 모릅니다.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10대 청소년들이 친구를 집단으로 따돌리는 ‘왕따’가 갈수록 집요하고 잔인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가해 학생들이 왕따를 잘못으로 생각하지 않거나 피해 학생에게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대구의 한 중학생이 왕따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가해 학생 서아무개군은 경찰 조사에서 “괴롭히긴 했지만 죽을 만큼 힘들었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장난삼아 시작한 일”이라고도 했다.
서울 ㅇ중의 한 교사는 “장난삼아 했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상담을 해보면 가해 학생들은 자신들의 행동으로 피해 학생이 얼마나 상처 받는지, 얼마나 힘든지를 공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비리 청소년을 많이 다뤄본 서울시내 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가해 학생 여러 명이 피해 학생 한 명을 괴롭히면서 일종의 놀이처럼 재미를 느낀다. 가해 학생이 여러 명이다 보니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반성도 하지 않고 죄의식을 갖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지난해 초·중·고생 35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이유로 ‘장난’을 꼽은 학생(40.2%)이 제일 많았다.
피해 학생의 고통을 공감할 수 없기 때문에 가해 정도는 점점 심해지고, 대상이 바뀔 뿐 왕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유명 포털에서 2009년부터 자살 방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아무개씨는 “한 학생은 초등학교 때 왕따를 당해 이름까지 바꾸고 중학교에 진학했는데 가해 학생들이 나쁜 소문을 퍼뜨려 중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했다”며 “가해 학생들은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사람을 괴롭힐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이러한 공감 능력의 결여가 요즘 학생들에게서 두드러진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옛날에는 기말고사 끝나면 애들이 떠드느라 교실이 소란했는데 요즘은 한 반에 절반 이상이 휴대폰으로 혼자 놀기 때문에 조용하다. 어릴 때부터 휴대폰, 컴퓨터로 혼자 놀아온 아이들이 다른 친구의 아픔이나 고통을 느낄 감수성을 갖고 있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