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관련자료/생활지도
밥자리. 잠자리에서 휴대폰부터 치워라.
밝은창
2012. 2. 18. 13:28
"6개월 디지털 금욕… 투덜대던 아이들이 오롯이 자기만의 시간 보내는 법 깨달았죠"
저자 수잔 모샤트. /민음인 제공
수잔 모샤트 지음|안진환·박아람 옮김|민음인412쪽|1만6000원
어릴 때부터 키보드를 만지며 '맘마'와 '컴퓨터'란 말을 함께 배운 아이들. 커서는 메신저 창 대여섯 개를 띄워놓고 공부하고, 쉬는 시간에도 페이스북 아니면 게임에 몰두한다. 뒤늦게 디지털 세계에 빠져든 엄마도 사정은 나을 게 없다. 잠자리에 누워서까지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거나 온라인 쇼핑. 급기야 화장실에서도 웹 서핑을 하고 라디오 생방송 인터뷰까지 진행한다.
이 사태를 어쩔 것인가. 미국 출신 호주의 한 싱글맘은 '디지털 금욕 6개월'을 결심한다. 온 가족이 '정화(淨化)'되기 위한 길이라며. 이 별난 실험을 감행한 저자를 이메일로 불러냈다. 뜻밖에 한국과도 인연이 있었다. "아버지가 6·25에 참전했고 많은 한국인과 좋은 친구 사이였다. 나는 아빠가 먼 나라에서 가져온 빛바랜 흑백사진을 보며 부친의 전우들에 대해 친밀감을 느끼며 자랐다." 최근 한국 사정도 알고 있었다. "게임 산업이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때로는 무시무시하게 집단적 상상력을 사로잡은 나라라는 것도 안다"며 "언제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다.
―어쩌다 이런 실험까지 하게 됐나?
"아이들 때문이었다. 컴퓨터 스크린에 '진짜 삶(Real Life)'을 차단당한 채 살아가는 모습이 걱정스러웠다. 그 점에서는 나 자신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내 아이폰 사랑은 '뜨거운 불륜'에 비길 만큼 강렬했다. 폰에 이름까지 지어주고 옷을 입히듯 외장을 장식했다. 다들 갈 데까지 간 상태에서 재활 치료에 나선 심정이었다."
―실험 중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인터넷 검색을 못 하니 마치 날개가 꺾인 듯했다. 그전까지 호주에 살면서도 뉴요커처럼 뉴욕타임스를 읽고 이베이나 아마존으로 쇼핑하던 온라인 생활을 즐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지루함과 싸워야 했다. 막내딸은 친구들이 떨어져 나가는 걸 겪기도 했다. 아, 그리고 월 전화요금이 1000달러가 넘기도 했다."
―실험 후 2년 반이 지났다. 지금은 어떤가?
"아들은 실험을 끝내던 날 게임용 컴퓨터를 팔고 색소폰을 샀다. 이듬해에 음악 아카데미에 합격했다. 큰딸은 지금도 정기적으로 페이스북 '금식'으로 디지털 해독(解毒)을 한다. 막내딸은 아직도 아이북과 너무 가까이 지내고 있어서 내가 한계를 정해줘야 한다. 나는 여전히 아이폰을 좋아하지만 더 이상 함께 잠드는 사이는 아니다."
―당신 실험은 독자들에게도 추천할 만한가?
"단연코 추천한다. 하지만 우리처럼 가혹하게 할 필요는 없다. 처음엔 주 하루 스크린 차단일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 혹은 저녁 식사 시간이나 잠자리에서 미디어 사용 금지같이 간단한 규칙을 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디지털 권리장전(Digital Bill of Rights)'이란 용어를 썼는데.
"요즘 신세대가 온라인 접속을 마치 의식주 수준의 당연한 권리인 듯 느끼는 것을 가리켜 내가 만든 말이다. 많은 어른도 아이들의 이런 권리 의식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건 본질적으로 집단적인 착각에 불과하다. 지속적으로 온라인에 접속된 삶은 제대로 깊이 있게 살려고 하는 노력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할 수도 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만 끝없이 쏟아지는 정보는 우리를 구속할 가능성이 높다."
―게임 중독이 한국에서는 심각한 문제다. 조언이 있다면?
"부모로서 결정권을 되찾아라. 아이들은 날 때부터 게임 욕구를 안고 세상에 오는 게 아니다. 그런 욕구는 길러지는 것이고, 실제로는 사회에서 어른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사람들, 그것을 자녀들에게 (대개는 선의로) 대량으로 사 주는 어른들 말이다. 게임 문제는 아이들 문제인 만큼이나 여러 어른 문제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예방이 치료보다 훨씬 더 쉽다. 아이들의 영양 섭취에 신경 쓰는 만큼 정보 섭취에 관심을 기울일 의사가 없다면 가정에 게임을 들여놓거나 아이들에게 그걸 떠먹여 줘서는 안 된다."
"아들은 실험을 끝내던 날 게임용 컴퓨터를 팔고 색소폰을 샀다. 이듬해에 음악 아카데미에 합격했다. 큰딸은 지금도 정기적으로 페이스북 '금식'으로 디지털 해독(解毒)을 한다. 막내딸은 아직도 아이북과 너무 가까이 지내고 있어서 내가 한계를 정해줘야 한다. 나는 여전히 아이폰을 좋아하지만 더 이상 함께 잠드는 사이는 아니다."
―당신 실험은 독자들에게도 추천할 만한가?
"단연코 추천한다. 하지만 우리처럼 가혹하게 할 필요는 없다. 처음엔 주 하루 스크린 차단일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 혹은 저녁 식사 시간이나 잠자리에서 미디어 사용 금지같이 간단한 규칙을 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디지털 권리장전(Digital Bill of Rights)'이란 용어를 썼는데.
"요즘 신세대가 온라인 접속을 마치 의식주 수준의 당연한 권리인 듯 느끼는 것을 가리켜 내가 만든 말이다. 많은 어른도 아이들의 이런 권리 의식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건 본질적으로 집단적인 착각에 불과하다. 지속적으로 온라인에 접속된 삶은 제대로 깊이 있게 살려고 하는 노력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할 수도 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만 끝없이 쏟아지는 정보는 우리를 구속할 가능성이 높다."
―게임 중독이 한국에서는 심각한 문제다. 조언이 있다면?
"부모로서 결정권을 되찾아라. 아이들은 날 때부터 게임 욕구를 안고 세상에 오는 게 아니다. 그런 욕구는 길러지는 것이고, 실제로는 사회에서 어른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사람들, 그것을 자녀들에게 (대개는 선의로) 대량으로 사 주는 어른들 말이다. 게임 문제는 아이들 문제인 만큼이나 여러 어른 문제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예방이 치료보다 훨씬 더 쉽다. 아이들의 영양 섭취에 신경 쓰는 만큼 정보 섭취에 관심을 기울일 의사가 없다면 가정에 게임을 들여놓거나 아이들에게 그걸 떠먹여 줘서는 안 된다."
/corbis·토픽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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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뉴욕대 미디어생태학 박사이자 저널리스트인 싱글맘 수잔(50)이 세 자녀 애니(18), 빌(15), 수지(14)와 함께 호주 남서부 연안 외딴마을인 그레이스타운에서 6개월 동안 집에서 스마트폰·아이팟·컴퓨터·게임기·TV 등 모든 전자기기의 스위치를 끈 채 살아본 체험
◆경과
-1월4일: 실험 돌입. 워밍업으로 2주간 정전 훈련 시작
-1월5일: 아들 빌, 베란다에 등유 램프 켜고 혼자 식사
-1월9일: 애니, 전날 밤 클럽에서 놀다가 새벽 2시 귀가. 실험에 불만 표시
-1월11일: 아이들, 방에서 촛불 켜놓고 얘기하거나 독서
-1월18일: 정전 실험 끝. 애니 “선풍기랑 조명 켜고 책 읽을 수 있다면 컴퓨터는 없어도 돼”
-1월19일: 빌과 애니, 아주 오랜만에 함께 영화 관람
-2월2~3일: 빌 색소폰 연습·애니 요리 몰두. 개인 요리책 엮겠다고 선언
-2월10일: 애니, 도서관 카드 복구
-3월3일: 애니, 글래드웰 ‘아웃라이어’ 완독. 신문 읽기 시작. 빌,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 읽기
-3월15일: 빌과 애니, 친구와 함께 닭고기 요리해 먹으며 대화
-4월4일(중간점검): 빌 “색소폰 연습과 독서가 늘었다. 컴퓨터를 갖고 노는 거보다 더 재밌다.” 수지 “난 더 어렵고 두꺼운 책을 더 많이 더 빨리 읽고 있어. 더 똑똑해진 것 같아.” 애니 “확실히 가족끼리 가까워진 것 같다. 얘기를 더 많이 하니까.”
-4월8일: 수지, 도서관에서 작문 숙제. 공부와 성적에 ‘큰 발전’
-4월12일: 수지, 부활절 아침에 엄마 침대로 와서 함께 신문 읽기
-4월26일: 애니와 수잔은 소파에서 책을 읽고 함께 뉴욕타임스 단어 퍼즐 풀기
-5월3일: 집에는 도서관에서 빌린 CD와 테이프들이 가득
-5월20일: 수지 “드디어 실험이 내 몸에 붙기 시작하는 것 같아. 컵케이크도 굽고 일기도 쓰고, 소설도 계획하고 있어.”
-5월23일: 수지가 수학 시험에서 최고 점수 기록
-5월29일: 빌 학교에서 첫 색소폰 공연
-6월4일: 두 딸이 엄마 위해 핫 코코아 만들고 서로 발 마사지
-6월21일: 수지 “내 마이스페이스 페이지를 닫겠어”
-7월4일: 밤 11시 50분, 팝콘과 다이어트 콜라로 실험 완수 자축 파티
◆성과
-음악·글쓰기·요리 등 아이들의 재능 발견
-학업 성적 향상, 독서를 즐기고 일기쓰기를 시작
-각자 스크린 앞에서 하던 식사를 함께하기 시작
-책과 신문을 읽으며 깊은 대화를 할 만큼 집중력 향상
-대화 시간 늘면서 친밀도 증가
-가족의 수면 습관 개선